会员登录 - 用户注册 - 设为메인 화면 - 선택 반전 - 사이트 지도 "두 번 죽이는 거예요" 고용노동부의 황당한 '괴롭힘 조사 지침' [취재파일]!

"두 번 죽이는 거예요" 고용노동부의 황당한 '괴롭힘 조사 지침' [취재파일]

시간:2024-03-29 14:34:43 출처:z플립5 sd카드 슬롯 작성자:초점 읽기:704次

"대표의 괴롭힘도 사용자가 조사"…가해자 '셀프 조사' 지침 논란

마지막 날까지 벗어날 수 없었던 '대표의 괴롭힘'

 
"씨X", "그 큰 머리에 뇌는 요만하냐?", "진짜 인간쓰레기도 참나", "네가 이러니까 암에 걸리는 거야"

회의시간, 그의 귓전을 때리는 대표의 욕설과 모욕은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광고학과를 갓 졸업하고 꿈에 부풀어 시작한 광고회사에서의 첫 직장 생활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의 거친 욕설과 폭언으로 가득 찬 생지옥이 됐다고 합니다.

폭언은 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광고주의 24년 운영방향에 관한 기획 회의 시간. 대표의 질문에 직원 A 씨가 답하자 대표는 "그 큰 머리에 뇌는 요만하냐?"라며 모욕을 줬습니다. 지난 1월 2일에는 서류를 제출한 A 씨에게 "씨X"이라는 욕설을 반복하며 "너 내가 보기에는 있잖아, 고졸 출신 사무직보다 더 못해 지금. 이 새X, 너 진짜 한심하네."라고 폭언했습니다. 다음날 회의에서 대표는 "너는 생각이 없냐?"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 다음 날인 1월 4일엔 대표가 자료를 검토하던 중 "뭔 쓰레기 같은 소릴 하고 있어. 지금 무식에서 나온 소산이야. 이게 무식과 무지에서 나온 소산이라고", "아 씨 진짜 거지같고", "머리가 없어서 그런 건지"라며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1년 전에는 암 진단을 받았다가 최종적으로 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A 씨가 탄산음료를 사양하자, 대표는 "네가 이러니까 암에 걸리는 거야"라는 말을 내뱉었고, 이후에도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대체 어떤 상황에서 이와 같은 모욕과 욕설을 쏟아내는 것인지, 기자가 폭언 당시 녹취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대표는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폭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A 씨가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마다, 대표는 욕설과 폭언을 했습니다. 기자가 녹취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 정도로, 폭언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왔습니다.

피해자는 2년 장기근속을 하면 지원금을 받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를 신청했던지라 쉽게 그만둘 수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2년 동안 자존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극단적 생각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정말 내가 잘못을 했나?'하면서 자기 전에 계속 생각을 하느라 불면증도 왔었고 그리고 좀 심한 말을 들었을 때는 집에 가는 길에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은 그런 생각도 했어요. 좀 안 좋은 생각까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속에 스쳐가는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또 그거 생각하면서 또 참고 다니고, 참고 다니고. 그렇게 자기 전에 누웠을 때 '다음 날이 좀 안 왔으면…' 싶은 그런 생각이었어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A 씨는 대표에게 결국 최근 퇴사 의사를 밝혔고, 피해자에겐 이런 말이 돌아왔습니다. "일을 X도 못하니까 씨X 진척이 안 돼." "진짜 인간쓰레기도 참나."

A 씨가 퇴사 이유란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쓴 사표를 내보이자, 대표는 "장난해? 회사가 장난이야? 퇴직 사유서는 이렇게 쓰는 게 아니야"라며, "자진 퇴사로 바꾸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러면서 "네가 그렇게 써서 나가면 씨X 영웅이 된 것 같아?"라며 폭언했습니다.

피해자는 결국, '자진 퇴사'로 이유를 바꾼 뒤에야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습니다. 대표의 권력이 절대적인 이 회사를 벗어난 뒤에야 그는 대표의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괴롭힘을 당한 지 2년 만에 그는 겨우 노동청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습니다.

‘퇴직 사유’를 이유로 반려된 A 씨의 첫 사직서

"대표 괴롭힘도 사용자가 조사" 이해 불가한 노동청의 통보


가해자를 벗어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어렵사리 노동청을 찾아 용기 내어 대표의 괴롭힘에 대한 진정을 냈지만, 피해자를 기다린 건 '가해자인 대표 측의 조사'였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고 합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피해자를 대리하는 노무사에게 이렇게 운을 떼며 말했습니다.
 
근로감독관 : "혹시라도 이제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요, 이게 대표이사 괴롭힘인가요?"

피해자 측 노무사 : "예, 맞습니다."

근로감독관 : "대표이사 괴롭힘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한테 조사하라고 저희들이 통지합니다."

피해자 측 노무사 : "대표 본인의 괴롭힘인데요?"

근로감독관 : "네."

노무사는 한참을 근로감독관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대답은 같았습니다. 고용노동부 지침이 바뀌어, 대표의 괴롭힘을 받은 피해자가 대표 측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진행되는 것이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사용자 조사 결과를 우리도 확인해보고 '명백하게 불합리한 경우'에는 우리가 다 직접 조사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를 만난 피해자는 "두 번 죽이는 것 같았다"고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사용자가 진행하는 조사의 객관성, 증거 인멸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했습니다.
  
피해자 : 가해자한테 가해자를 직접 조사를 하라고 하는데 본인이 자기 방어적으로 조사를 할 텐데 그게 객관적일 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조사가 객관적으로 올바르게,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어요. 대표가 저한테 했던 것처 럼 다른 직원 분들한테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본인의 입맛에 맞게 사람들의 말을 바꿀까 봐 그게 좀 많이 걱정되고 좀 무서웠어요.

사용자 측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심리적 공포와 압박감도 컸습니다. 2차 가해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피해자 : 그 사람하고 2년 넘게 계속 부대끼면서 많이 위축이 됐었는데, 이제 회사를 나온 입장에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제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걱정도 들었고 그다음에 다시 본다는 그런 공포심도 있었어요.

근로감독관이 사용자 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직접 조사를 하더라도, 우려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피해자 : 대표가 이미 어떤 사례로 조사를 할 지 다 알기 때문에 각 사례마다 플랜을 짜서 어떻게 방어를 할지 계획을 세워놨을 것 같고 그렇게 해서 방어를 좀 잘 하면 이 일이 흐지부지 넘어가서 이 사람이 처벌을 받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표가 전부 방어를 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근로감독관이 질문을 한다 한들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이 생겼었어요.

마지막으로 기대고 있던 고용노동부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피해자 : 처음에 그렇게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뭔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이 사람을 피해서 먼 길을 돌고 돌아서 이제 노동청으로 직접 진정서를 제출을 했는데…. 다시 이 사람을 만나야 하는 그런 공포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피해자 편이 아닌 가해자 편이 되어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노동청의 모습에 배신감도 많이 느꼈고,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듯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었어요. 내 원한이나 다른 피해자들의 원한은 해소되지 않겠구나, 그냥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그냥 계속 마음이 썩은 상태로 살아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까스로 노동청에 신고했지만…더 큰 고통에 빠진 '을'들


이와 같이 대표와 같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인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직장갑질 119가 지난해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오차 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 혹은 사용자의 친인척이었다는 응답은 1분기 25.9%, 2분기 27.3%, 3분기 22.5%로 4건 중 1건 꼴이었습니다. 또 직장갑질119에 2024년 1월부터 2월까지 두 달간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71건 중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은 190건이었는데, 사용자가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은 37건(19.4%)이었습니다. 괴롭힘 사건 중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가 10건 중 2건에 달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노동계에는 괴롭힌 당사자 측이 조사를 해서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상담 접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는 김유경 노무사는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를 했다'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를 했을 때 근로감독관이 직접 객관적인 조사를 하는 대신에 사업장으로 자체 조사를 돌려보내는 경우들이 많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한다거나, 객관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결론이 굉장히 부당하게 나오는 경우들이 있다는 제보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아래는 실제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문제의 사례들입니다.

B 씨는 대표의 배우자인 임원이 지속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해 참다못해 노동청에 신고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회사가 선임한 노무법인의 결과 보고서를 보고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피해자가 근로감독관에게 노동부 지침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았지만 근로감독관은 '법인과 자연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교과서에 나올법한 답변을 했을 뿐입니다. 이후 B 씨가 우려한 대로 회사가 선임한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 보고서를 근거로 근로감독관은 사건 종결을 통보했습니다.

C 씨 역시 1년 넘게 이어진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했으나, 회사 측에서 선임한 노무사에게 사건 조사를 맡길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노무사는 객관적으로 조사하겠다고 C 씨를 안심시켰지만, 이후 회사가 선임한 노무사가 사측에 보낼 문자를 C 씨에게 실수로 보내면서, 신고 내용과 관련해 사측과 노무사가 별도로 긴밀한 소통을 해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C 씨는 직장갑질119에 제보 메일을 보내며 "가해자가 법인의 대표인 상황에서 회사 측 돈을 받고 수임된 노무사에게 객관적 조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D 씨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한 이후 대표로부터 '동종업계에서 일 못하게 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당해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측에서 선임한 노무사에게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D 씨는 동료 직원들의 증언을 제출하며, 이와 별개로 회사 CCTV에 사장이 D 씨를 위협적으로 쫓아다닌 영상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사측 노무사에게 알리기도 했으나, 사측 노무사는 "자신이 영상을 확인했다"는 답변만 하고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 보고서를 노동청에 제출했습니다. 심지어 D 씨에게는 해당 조사보고서의 전체 내용이 공유되지도 않아 D 씨는 노동청이 어떤 이유로 사용자 괴롭힘을 최종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인지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고 없이 변경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지침'


노동청은 왜 가해자인 사용자가 사용자의 괴롭힘을 스스로 조사하게 하는 걸까요? SBS 취재 결과,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 지침이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래는 SBS가 입수한 2021년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지침입니다. 기존 지침에서는 사업장 내 자체조사 없이 '직접 조사'할 사건 첫 번째 대상으로 괴롭힘 당사자가 사업주,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배우자·4촌 이내의 혈족·인척인 경우로 명시돼있습니다. 즉 사용자 괴롭힘의 경우엔,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여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을 신속히 판단하도록 돼 있습니다.

2021년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지침

그러나, 현재의 지침은 다릅니다. 2022년 개정돼 지난해부터 본격 적용된 지금의 지침에서는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 근로감독관 직접 조사 및 자체조사 지도 지시를 병행한다'고 돼있습니다. 즉, 새 지침에는 사용자 괴롭힘의 경우 사업장 자체조사를 병행하도록 바뀐 겁니다.

현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지침

그런데, 이런 지침의 변경 사항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등 어디에도 공개돼있지 않았습니다. 취재진도 어렵게 다른 루트를 통해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법도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통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데, 고용노동부는 사건에 직접 적용하는 지침을 내부에서 예고 없이 변경하고 고지도 하지 않으니 사용자든, 근로자든 국민들 입장에선 깜깜이 개정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가해자 셀프조사 지침에 "문제없다"는 고용노동부


지난 12일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지침 변경 문제에 관한 SBS 8뉴스 보도(▷ "뇌는 요만하냐?" "인간쓰레기" 막말 대표 신고했더니…대표가 '셀프 조사' (지난 3/12 8뉴스)) 이후, 고용노동부는 "사용자 괴롭힘에 대해 엄청 대처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제목의 보도설명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자료를 읽어보면 결국 '지침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었습니다. 여기에 일부 옮겨보겠습니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n/?id=N1007569542 ]

"사용자가 괴롭힘의 주체인 경우 '21년 사건 처리지침('21.10.)에 따르면 '사업장 자체 조사 없이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법 문구에 충실하여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도 사업장 내 자체 조사 의무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옴. 이에 '22년 사건 처리지침 개정시('23년 지침 동일)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의 경우, 조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예전 지침과 같이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도록 하고 동시에 근로기준법(제76조의3제2항)에 따라 '사업장 내 자체 조사'도 병행하도록 하였음."

즉, 근로기준법에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기에, 지침에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의 경우'에도 사용자가 조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담당감독관 교육 등을 강화하고, 사용자 괴롭힘 사건에 대해 엄정 조치해 나가겠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결국 지금의 가해자 셀프조사 지침을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조사하라"는 법 취지를 역행하는 지침


이런 사용자 괴롭힘을 사용자가 조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상식'입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셀프조사 지침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만큼 다시 한 번 문제점을 짚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① 사용자 괴롭힘 자체 조사, '객관적 조사' 불가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사용자 의무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을 들어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 사업장 내 자체 조사를 병행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아래 법 조항을 살펴보면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오히려 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훼손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해당 법문에서도 알 수 있듯,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는 2021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며 적시된 중요 단어입니다. 개정된 지침과 같이 단순히 사용자가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객관적'인 조사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서는 조사 주체에 사용자가 제외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방법이므로, 지침에 사용자가 사용자 괴롭힘을 조사하도록 한 것은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해당 법 조항은 사용자의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조치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입니다. 이를 사용자 괴롭힘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훼손하는 것입니다.

만약 지침에 사용자의 조사 의무를 넣고자 한다면, 사용자가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의 경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지 그 방법까지 적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현재는 어떠한 방법도 언급돼있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표 스스로가 직접 조사하거나 측근이 조사해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구체적 방법과 요건도 없이 단순히 사용자가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을 조사를 병행하도록 한 지침은 법의 기본 취지에도 어긋납니다.

심지어, 현실적으로 객관적 조사가 어렵다는 건 고용노동부의 일선 감독 현장에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근로감독관 : "저도 엄청 걱정돼요. (근로자가) 패를 까는 상황이 되겠죠. 뭐를 가지고 있는지를 아니까 (사용자가) 어디까지 이제 방어를 하면 되는지를 알겠죠. 실제로 이 사용자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조사를 할지 저도 사실은 우려가 돼요."

지침에 문제가 없다는 고용노동부 해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습니다.

② 증거 인멸 · 목격자 증언 회유 우려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를 병행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가해자인 사용자가 조사에 개입하도록 하는 이상, 사내 CCTV 등 증거 인멸 우려와, 목격한 직원들의 증언을 회유하는 등 사건 왜곡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직접 증거 없이 직원들의 증언만 존재하는 사건의 경우, 사건의 사실 관계는 더욱 쉽게 사용자의 개입으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 조사 주체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것이 객관적 조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일 것입니다.

실제 이번에 SBS가 만난 괴롭힘 피해자도 "다른 직원 분들한테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본인의 입맛에 맞게 사람들의 말을 바꿀까 봐 그게 좀 많이 걱정되고 좀 무서웠다"며 두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앞서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대표 괴롭힘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CCTV에 대표가 자신을 위협적으로 쫓아다닌 영상도 남아있을 거라고 사측 노무사에 알렸지만, 사측 노무사는 "자신이 확인했다"는 답변만 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조사결과를 노동청에 제출했습니다. 피해자는 어떤 증거들이 채택됐는지 확인할 길조차 없었습니다.

③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
사용자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사용자 측의 조사를 받는 과정은 피해자로 하여금 큰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기자가 취재한 피해자는 대표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기 위해 퇴사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가해자로 인해 많이 위축됐었는데 사용자 조사 과정에서 그를 다시 봐야 할까 봐 공포심이 든다고 했습니다. 심준형 노무사는 "사용자 조사 병행 지침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피해자가 2차 가해를 겪을 수 있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괴롭힘 사건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도 중요한 기본 조치인데, 현재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면 오히려 사용자가 피해자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는 꼴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④ 지침 변경 후 제각각인 근로감독관들의 조사 방식
현재의 사용자 병행조사 지침은 일선 근로감독관들이 사용자의 자체 조사 결과에 의지하게 하고, 노동청 직접 조사를 해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SBS가 취재한 대표 괴롭힘 사건에서도 해당 근로감독관은 이처럼 변경된 지침을 근거로 제시하며 사용자 자체 조사를 지시하며, 그 결과를 보고 '명백하게 불합리한 경우'에 한해 직접 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세스에 따라 사용자 측의 조사 결과만 보고 노동청이 직접 조사하지 않는 사례들이 직장갑질119 등에 접수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 자체조사를 병행한다는 내용뿐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현 지침 하에서는 대표 자신, 대표 측근, 혹은 대표와 친분이 있는 노무법인 등 누가 조사를 해도 무방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측도 기자에게 "그와 같은 규정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 지침 하에서는 조사 주체,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조사 결과도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상황입니다.

⑤ 2021년 사용자 괴롭힘에 과태료 조항 신설…노동청이 직접 조사해야
2021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족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 그런데, 과태료를 내야하는 대상이 자체적으로 스스로 조사하도록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독립적인 주체인 고용노동부가 직접 조사하고 판단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도 부합합니다.

김유경 노무사는 "2019년 7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사용자의 괴롭힘에 대한 사내 신고 및 조사의 한계와 문제점이 속출하면서 2021년 10월 법 개정을 통해 사용자의 괴롭힘에 대한 과태료가 신설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주체 중 유일하게 과태료 부과 대상인 사용자에 대하여 노동청이 사용자에게 조사를 맡긴다는 것은 법 개정 취지에도 어긋나며,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를 해태하게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변호사 · 노무사 10명 조사…10명 모두 "지침에 문제 있다"


SBS가 변호사와 노무사 10명에게 변경된 노동부 신고처리 지침의 타당성을 물었는데 10명 모두 '부적절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의 말 일부를 옮겨보고자 합니다.

최정규 변호사 : 사용자에게 사용자 괴롭힘을 조사하도록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오히려 이런 경우 비밀스럽게 조사를 해야 한다. 회사에 신고할 수 없어서 노동청에 진정을 한 건데 이걸 다시 사업장에 보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적어도 노동청에 신고한 사건, 혹은 피해자가 사용자의 조사가 객관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면 기존 지침대로 노동부가 직접 조사해야 한다. 또한, 지침을 비공개로 하는 것도 문제다. 미리 공시하고 의견을 받아 법의 취지에 맞춰 개정해야 하는데 은근히 바꿔놓고 불투명한 행정으로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준성 노무사 :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객관적인 사용자 자체 조사는 어렵다. 사용자가 외부 노무법인에 의뢰하더라도 사용자로부터 조사 비용 명목으로 금전적 대가를 받기에 객관적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사용자 자체 조사를 병행할 경우, 근로감독관이 사용자 조사를 보고 탄핵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피해자 입장에서는 입증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과태료 대상에 대해서는 사용자 조사를 예외로 하도록 하는 등 지침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장종수 노무사 : 회사에 조사하라고 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겠나. 노동청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가. 근로감독관마다 조사 방식이 다르고, 통일되지 않아 문제다. 노동청이 괴롭힘이 아니라는 사업장 자체 조사 결과를 봤을 때 경도될 수 있다. 이런 절차가 굳이 왜 필요한가. 노동청이 사측 노무법인에 조사를 '외주화'하고 있다. 2021년 사용자 괴롭힘에 대한 과태료 규정을 신설했는데, 이와 같은 지침은 법을 형해화하는 것이다.

박기태 변호사 : 지침에 사용자 조사 병행이 가능하도록 한 것 자체가 문제다. 지침은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처럼 돼있는데, 사용자가 사용자의 괴롭힘에 대해서 스스로 처벌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에 대한 기준 등 규정이 없는데, 해당 법이 입법된 지 5년이 된 만큼 이 같은 미비점을 개선해야 할 때다.

심준형 노무사 : 이 같은 지침은 예를 들면,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기도 전에 가해자가 어떻게 범죄 사실을 빠져나갈 수 있는지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과 같다. 피해자가 폭언 등에 대한 찰나의 순간을 녹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녹음하지 못한 괴롭힘 행위에 대해서는 목격자의 진술 또는 동료의 증언으로 입증을 할 수밖에 없다. 가해자가 목격자 진술을 알게 하는 것은 결국 괴롭힘 상황 자체를 은폐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자신이 면피할 수 있는 방법을 피해자의 입을 통해서 그리고 조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용기 내지 못하는 수많은 목격자들은 앞으로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보고 용기내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용노동부의 문을 두들긴 피해자를 또다시 가해자에게 떠넘기는 조사 방식은 매우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이라고 볼 수 있다.

김성훈 변호사 : 사용자의 조사 책무 취지는 사용자가 근로자가 겪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 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괴롭힘 가해자인 경우 구조적으로 이해상충이 된다. 행정당국이 조사해서 결론을 내려고 하니 괴롭힘 범위가 커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측면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외부에서 조사할 수 있는 기구와 인력, 예산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 사용자 괴롭힘에 대한 별도의 법조문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

박성홍 노무사 : 고용노동부가 많은 행정력 투입으로 인해 사업장으로 하여금 자체조사해서 오라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것 같다. 사용자에게 알아서 조사하라고 하는 현재의 방식 보다는, 공익노무사회 등 중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외부 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방식 등으로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방식을 제도화해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김유경 노무사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2019년 7월에 시행된 이후에 실제로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괴롭힘을 했을 경우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아니면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거나, 어떤 불리한 어떤 처우를 당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행정 벌의 일환인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법이 신설될 정도로, 사용자의 괴롭힘에 대해서는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렇다 보니까 당연히 과태료가 부과되는 대상인 사용자의 괴롭힘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를 제대로 하는 게 필요하고 또 그래야만 하는 특수성이 있다. 사용자 스스로 객관적 조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이제 괴롭힘의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부분들도 다분히 있다.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을 사업장으로 다시 돌려보낸다고 하면 사실은 개정된 법의 취지와도 역행하는 것이다.

정준영 변호사 : 사용자 괴롭힘은 과태료 처분 대상이기에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를 해야 한다. 사용자의 자체조사는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이전 지침과 같이 조사할 때 객관적 조사가 가능하다.

정해명 노무사 : 누가 누구를 조사하는가. 선수가 심판으로 뛰는 것과 같다. 회사의 지배력이 있는 당사자에게 자신의 괴롭힘 조사를 맡기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지침에 맹점이 있다. 대표자가 친족이 가해자면 과태료 조항이 있어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데, 고용노동부가 직접 조사를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수사권이 있는 근로감독관, 고용노동부가 직접 조사를 할 때 피해자 권리 구제가 가능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 사용자 자체조사 없이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도록 법 개정을 하고, 그 전까지 지침을 통해 입법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
 

제언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괴롭힘의 가해자인 경우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는 기존 지침으로 변경해야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즉, 괴롭힘 행위자가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2호의 '사업주, 사업 경영 담당자'이거나, 그 배우자 · 4촌 이내의 혈족 · 인척인 경우 사업장 내 자체조사 없이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여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을 신속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길일 것입니다.

만약 행정당국이 행정력 부족으로 외부 기관의 조사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면, 사용자가 의뢰한 사측 노무사가 아닌, 최소한 공익노무사회, 노동위원회 국선 변호사 등 사용자로부터 독립적인 기관 및 주체에 조사를 의뢰하도록 함으로써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조사의 절차적 공정성을 담보할 때 현재 표출되고 있는 조사 방식, 결과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용자의 괴롭힘 행위에 대해서는 사용자 조사 의무를 예외로 하는 등 사용자 괴롭힘에 대한 조사 방법을 따로 두도록 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근로자의 직장 내 괴롭힘과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은 분명히 성격이 다르므로 이에 따라 각각의 규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법 개정 전까지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법의 취지에 맞도록 지침 변경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구성 : 조을선)

(책임편집:핫스팟)

추천 콘텐츠
  • 진짜 위기는 위기 이후에 온다
  • 브라질 중남부 체감온도 62.3℃ 최고치 기록…열돔현상 때문
  •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전체 교수 75.3% 사직서 제출 결정
  • 금감원 제재에 카카오모빌리티 주춤…'1조원 매출' 달성 실패
  • [날씨] 광주·전남 내일 아침 영하권 추위…동부 강풍·건조
  • 119 도착 전 구조하다 또 참변…영상 속 안타까운 사고 순간